Excerpt for A bird living in the deep sea by dojong kim, available in its entirety at Smashwords

A BIRD LIVING IN THE DEEP SEA – Smashwords Edition

Published by EBOOKPUB at Smashwords


Copyright2010 by Kim, Dojong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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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 다니던 것 팽개치고 부산 집으로 온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있었다. 누가 물으면 나의 대답은 지극히 명료하고 짧은 대답뿐이어서 사람들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왜 남들처럼 서둘러 돈 벌 생각을 하지 않고 하릴없이 빈둥거리는지 걱정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나이가 이제 한창 혈기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해서 경제적으로 기반을 잡아야 할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동안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잠재우는 일에 무척 익숙해져 있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냥 침묵으로나 희미한 미소로만 지켜볼 뿐이었다. 그들에게 비친 그런 나의 모습은 마치 세상을 등지고 살기로 아예 작정한 사람 같기도 했을 것이고, 심한 정신병을 앓은 나머지 정신병동이나 요양소에서 한 삼 년 지내다 온 사람으로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은 분명, 불과 일 년 전 까지만 해도 매사에 적극적이고 낙관적이었던 나의 모습과는 상반된 내 모습이었다.


가슴이 답답하면 늘 찾곤 하던 해운대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갈 요량으로 내 방을 빠져 나왔다. 집 앞에는 제대로 닦지 않아 희뿌연 먼지가 가라앉은 ‘스쿠프’라고 하는 100cc짜리 소형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오토바이의 작동은 비교적 용이했다. 핸들의 브레이크를 동시에 움켜쥐고 오른쪽 핸들 밑에 달려 있는 스타트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시동이 켜지는 오토바이였다. 근처 장산(?) 약수터에서 아버지가 약수터 물을 길러 나르기 위해 구입한 것이었지만 최근 아버지가 앓아 누우신 뒤로는 아버지 대신 내가 타고 다녔다.


그런데 몇 번씩이나 스타트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오토바이는 시동이 좀처럼 걸리지 않았다. 연료 게이지를 보니 지시침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기름을 넣을 만한 돈이 없어서 방으로 다시 올라가 돈을 꺼내왔다. 구깃구깃한 오천원권 지폐를 손에 쥔 채 오토바이를 밀고 주유소까지 갔다. 자전거가 아닌 바에야, 주유소까지 오토바이를 밀고 가니 꽤 힘에 겨웠다. 주유소는 집에서부터 십여 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얼마치 드릴까예?”


노즐을 주유기에서 빼내면서 내게 묻는 주유소 아르바이트생은 노란 염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아직 숫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이었다. 오천원권 지폐를 건네며 금액만큼 기름을 넣어달라고 하니 그녀가 몸에 배인 상냥한 미소로 ‘오천원 받았습니다’ 하고 허리를 굽히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오토바이의 연료통 뚜껑을 개봉하고 그 안에 노즐을 걸어 놓았다. 그녀가 기름을 넣을 동안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놓은 채 멀뚱멀뚱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잠시 그렇게 있자니 기름을 다 넣은 주유소 아르바이트생이 기름때가 진득하게 묻은 노즐을 걷어 내며 주유소 입구로 진입해 들어오는 소나타 승용차 쪽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나는 노란 염색 머리 아르바이트생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곧 바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 바람을 가르며 해운대역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해운대 바닷가로 통하는, 도로 공사 중인 횡단보도를 무법자처럼 질주해 갔다.


해운 낚시 상회’에서 오토바이의 액셀러레이터 핸들을 있는 힘껏 쥐어틀자 도로 면에 오토바이의 앞바퀴가 살짝 미끄러지는 듯 하다가 곧장 빠르게 질주해 갔다. 만일 달리다가 돌부리라도 울뚝 솟아오른 곳이 있어 자빠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일으킬 만한 스피드였지만 몇 년간 오토바이를 탄 이력이 있어서 설사 오토바이로 막 달려가기엔 다소 위험한 길이라고 해도 공중으로 수십 센티 튀어 오른 다음 안정된 착지를 할 수 있었고, 그런 자신감에 액셀러레이터 핸들에 실어 놓은 손아귀 힘을 빼지 않았다.


봄 햇발이 나른한 봄날 속으로 달려가고 있는 내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미포(尾浦)와 웨스턴 조선비치호텔을 무릎 아래로 내려놓은 동백섬 사이를 두 차례나 신나게 질주했다. 불과 삼십여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동백섬 정상에 위치해 있는 최치원 동상 근처에서 바다를 구경했다. 녹음 짙은 그림자는 몇몇 은밀한 연인들을 봄날 속에 가두어 놓고 있었고 나는 시야가 훤히 뚫린 곳에서 해운대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왼편 저만치에서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안고 있던 연인이 내가 가까이 있는 것이 그들의 데이트에 방해라도 되는 듯 흘깃 날선 눈치를 주곤 해서 나는 피식거리며 그 자릴 피해 주었다. 그리고 동백섬 내리막길로 오토바이의 시동을 끈 채 브레이크를 걸어가며 내려가서 부르르 시동을 걸고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미포로 다시 질주하였다.


집을 나선 지 한 시간 삼십 분 가량 지났다. 오토바이를 미포의 포장 횟집 앞에 세워 둔 나는 잔잔한 골을 파고 연신 일렁거리는 바다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정확히 여덟 명이 주위에서 낚싯대를 바닷물 속에 드리워 놓고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틀림없이 꾼들 일 거였다. 하나같이 단단히 중무장을 하고 있었고 미끈하게 뻗은 릴 낚싯대를 바닷물 속으로 던져 놓았는데, 그들은 예리한 바다 사냥꾼들 같았다.


나는 이 해운대 바닷가에서 꼬박 25년을 살았지만 단 한 번도 낚시를 해 본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코흘리개 시절 둘째형을 따라가서 평소에 입던 팬티 하나만 달랑 걸치고 미포 바다에서 헤엄쳤던 기억밖엔. 집안 형제들 가운데에서 유난히 피부가 검었던 둘째형은 자맥질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잠수 한 번하면 아가미 달린 물고기처럼 한참만에 물 밖으로 나오곤 했는데 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곧잘 싱싱한 해산물이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둘째형에 비해 나는 수영을 즐기지 않았고 바닷속에 거뭇거뭇 일렁거리는 해초(海草)가 두렵고 무서워서 살짝 몸만 담그고는 물 밖으로 튀어나오곤 했다. 그리고 하루종일 둘째형이 건져 낸 해산물을 까먹기에 바빴다. 집 나서기 전에 둘째형은 미리 찌개를 끓일 용기와 미제 버너, 갖가지 양념장을 만들어 가져와선 막 잡아 올린 해산물로 요리를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때 당시 둘째형이 차려 낸 즉석 음식의 맛은 입에 슬슬 녹을 정도로 기가 막힌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 둘째형은 결혼해서 경기도 어디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둘째형을 볼 수 있는 날은 기껏해야 부모님 생신날이나 명절날, 또는 제사가 있는 날 이외엔 볼 수 없었다. 그런 둘째형을 두고 부모님은 장가를 잘못 갔다는 둥 시절을 잘 못 만났다는 둥 푸념을 자주 터뜨리곤 했다. 하지만 그런 푸념 속에서도 형의 생활을 십분 이해하려는 쪽은 응당 부모님의 몫이 되곤 했다.


최근에 그런 부모님에게 부담을 안겨 주고 있는 사람이 나였다. 한창 배울 때는 총기가 있어 집안의 자랑거리였던 나. 더군다나 수재라는 소리를 듣고, 또 한 인물값 할거라는 소리를 누누이 들었던 내가 세월이 지나면서 아닌 말로 백수건달이 되어 돌아왔으니 부모님은 겉으로는 표현 안 해도 속병을 앓고 계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를 기대하는 마음이 변함 없으셔서, 무슨 큰 뜻이 있을 게야, 펄쩍 뛰기 위해 개구리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게야 하는 마음으로 그저 관망만 하실 뿐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뜻과는 달리 내 입장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인생에 대한 심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지독한 매너리즘, 권태, 짜증, 피로함, 지치고 힘듦 따위의 말들이 내게 어울릴 성싶은 말이었고 그것들은 어느 새 내 머릿속에, 내 몸 속 깊은 곳에 침투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바다 수면은 하늘을 닮아 있었다. 푸른 하늘 사이사이로 구름이 큼지막하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주 높은 곳에 구름들이 위치 해 있었고 바람이 부는지 재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름들은 잠시 해를 삼켰다가 훅하고 저만치 내뱉어 놓기도 했다. 그럴 때면 바닷물은 어김없이 검푸르렀다가 빛났고 다시 검푸르게 변해 가는 것을 반복했다. 마치 바다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 같았다.


포장 횟집 앞으로 걸어가자 물기 묻은 돈주머니를 허리에 두른 포장 횟집 주인 아주머니가 내 행색을 더듬어 보았다.


회 좀 드시고 가이소.”


“……”


싸게 드릴께예 손님예.”


횟집 주인 아주머니가 포장을 걷고 선 채로 입을 볼락처럼 쩍 벌리고 빙글 웃어대며 들어오라고 내게 손짓했지만 나는 팔을 두어 번 흔들고 나서 1미터 가량 높이의 선착장 제방을 훌쩍 뛰어넘었다. 해운대 토박이의 익숙한 거절의 몸짓이었다. 몇 미터 앞까지 죽 그어진 제방 모서리엔 콘크리트 바닥 깊숙이 박힌 녹슨 강철에 포장 횟집을 지탱하는 튼튼한 밧줄이 여러 갈래 걸려 뻗어 나와 있어서 나는 애써 허리를 굽혀 밧줄 밑으로 통과해야 했고 그런 다음 제방을 지탱시킬 용도로 겹겹이 포개 놓은 십자형의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밟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직장 다시 잡아야지.”


아뇨, 당분간은…….”


서울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게로구나.”


“……”


살다 보면 때론 그런 일이 많아. 이런 것 저런 것 꼴사나운 것도 많이 보게 되고 때로는 지 맘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다는 것도 알게 돼. 하지만 너무 소일하고 세상일에 무관심해지면 나태하고 게을러져서 결국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 거야. 색시도 얻어야 될 게 아니냐. 니 형들은 모두 장가를 갔고 이젠 너만 남았어. 너한텐 택도 없는 여잘지 몰라도 친구 딸래미가 막내 며느릿감으로는 괜찮더라. 은행에 다닌다던데 너하고 동갑이고, 이참에 그 아가씨나 한 번 만나 보자.”


“……”


기왕 말 나온 김에 요번 주에 만나 보자. 그 동안 네가 벌어 놓은 돈으로 장가 밑천은 되잖아. 결혼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니 애비 애민 따로 돈 대줄 형편도 못되니 우선 전세방이라도 구해서 살면 따로 방도가 나올 거고.”


아버지……”


됐어. 다른 말 말고 일단 만나나 보자.”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그 주말에 나는 마지못해 하이얏트 호텔 커피숍으로 가서 난생 처음 맞선이란 것을 보았다. 커피숍에는 어머니와 함께 나갔고, 그 쪽에선 한껏 멋을 낸 아가씨와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뚱뚱한 아주머니가 나와 있었다.


우리 딸래민 비록 고등학교까정 밖에 안 마쳤어도 참 야물어요. 요즘 딸아 같지 않십니더. 건강하고. , 착하고.”


형식적인 양가 인사가 끝나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뚱뚱한 아주머니가 딸자식 자랑을 했다. 뚱뚱한 아주머니의 말에 옆에 앉은 아가씨는 엄만, 하며 그녀의 옆구리를 찔러 대곤 했다. 맞선 상대는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언뜻 안면도 있어 보였다. 나하고 동갑이라면 결국 서른 한 살이라는 나이일 것인데, 나잇값 하느라 그런지 벌써 아줌마 티가 났다. 얼굴은 부푼 호빵처럼 둥글다 못해 커 보였고 키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유전적으로 뚱뚱한 체질(體質)을 가지고 있는 집안의 여식 같았다.


나는 어머니와 뚱뚱한 아주머니가 우리들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비켜 줄 때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줄곧 테이블 밑에 깎지를 낀 내 손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양가 부모가 나간 후 오랫동안 내가 침묵을 지키고 있자 그녀는 자리가 불편했던지 엉덩이를 몇 차례 뭉그댔다. 그리고 이내 내가 참 멋대가리 없는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다 마신 커피 잔 속에 시선을 쑤셔 넣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새침해져 있었다.


그만 나가죠…….”


나는 불편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이얏트 호텔 커피숍에서 나온 다음 해변가로 발길을 옮겨갔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바다 경찰서 앞 모래사장에 풀썩 엉덩이를 던져 놓자 그녀는 한 사람은 족히 끼어 앉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 내 왼쪽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 날도 바다는 푸르렀다. 그리고 바다는 뱀이 슬금슬금 기어가는 형태의 고랑을 만들며 흰 포말을 모래사장 쪽으로 연달아 뱉어내고 있었다. 담배를 피워 물고 두 무릎을 가슴 앞으로 당겨 앉은 나는 줄곧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겐 단 한차례의 배려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어느 순간엔가 그녀는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고 곧 그 자리를 뜨고 말았다. 필터까지 담뱃재가 기어들어 오고 있어서 나는 손가락으로 담배꽁초를 툭 쳐버렸다. 허공에 내던져진 담배꽁초는 바람을 타고 포물선을 그리며 전방으로 떨어졌고, 담배꽁초는 곧 들이닥친 파도에 안겨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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